서울미래지식평생교육원 개원 14주년 기념식이 열린 지난 18일 오후 이계수 원장(앞줄 가운데)과 등문회 임원들이 종강식 및 기념식을 마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서울미래지식평생교육원이 12월 18일, 개원 14주년을 맞아 종강과 기념을 함께하는 행사를 열었다. 이날 기념식은 단순한 연말 행사나 종강식이 아니라, 배움이 사람의 삶을 어떻게 바꾸는가를 조용하지만 깊이 있게 보여준 자리였다.
기념식 1부는 국민의례와 애국가 제창으로 문을 열었다. 이어 내빈 소개와 이계순 원장의 인사말이 이어지며, 지난 한 해 그리고 14년의 시간을 함께 걸어온 수강생과 동문, 관계자들을 향한 감사의 마음이 전해졌다. 상장 수여를 통해 각자의 자리에서 성실히 걸어온 이들의 노력이 조명됐고, 동대문구청장 이필형 구청장과 윤철수 원장의 축하 인사가 더해지며 교육원의 공공성과 사회적 의미를 다시 한번 확인하는 시간이 이어졌다.
공식적이고 단정한 흐름으로 진행된 1부가 ‘공동체의 얼굴’을 보여주었다면, 2부는 사람의 마음을 향한 무대였다.
2부의 문을 연 것은 시 낭송이었다. 잔잔한 언어가 공간을 채운 뒤, 모노드라마와 시니어 모델, 특별 공연, 노래가 차례로 이어졌지만, 이날 가장 깊은 울림을 남긴 순서는 단연 이계순 원장의 모노드라마 '소풍같은 인생'이었다.
벤치 하나와 따뜻한 조명, 그리고 잔잔한 피아노 선율 속에서 원장은 한 장면을 꺼내 들었다. 첫눈이 내리던 초저녁, 교육원을 찾았던 한 원생이 낮은 목소리로 건넨 말.
“저는 살아오면서 단 한 번도 ‘괜찮아’라는 위로의 말을 들어본 적이 없어요.”
그 말은 원장의 가슴 속에서 오래 울렸다. 집으로 돌아와 불도 켜지 못한 채 스스로에게 던진 질문, 나는 누군가에게 괜찮아라고 말해준 적이 있었던가. 그 순간 떠오른 어머니의 음성은 교육원의 방향을 바꾼 문장이 됐다.
“네가 서 있는 자리가, 누군가에게 위로를 주는 따뜻한 자리였으면 좋겠구나.”
모노드라마는 원장의 개인사를 넘어, 국가에 봉직했던 35년의 시간과 퇴역식의 한 장면으로 이어졌다. 사령관이 부대원 가족들 앞에서 무릎을 꿇고 사죄하던 장면, 그리고 그 진심이 가족 간의 오해를 풀어낸 순간. 그 모든 장면을 관통하는 말은 단 하나였다.
“괜찮아요.”
원장은 마지막으로 이렇게 말했다.
“인생은 누군가에게 처음으로 건네는 ‘괜찮아’라는 말 한마디로
서로 위로받으며 살아가는, 소풍같은 인생입니다.”
이 말은 개인의 고백을 넘어, 서울미래지식평생교육원이 지난 14년 동안 지켜온 교육 철학의 요약이었다. 이 교육원에서의 배움은 자격증이나 기술에 머무르지 않고, 자존감을 회복하고 서로를 세우는 과정이었다.
모노드라마 이후 시니어 모델 무대와 특별 공연, 노래가 이어졌고, 마지막 순서로 재학생 전원이 함께 부른 ‘아! 대한민국’이 울려 퍼지며 기념식은 막을 내렸다. 피아노 엔딩과 함께 조명이 서서히 꺼질 때, 박수보다 먼저 흐른 것은 긴 여운과 침묵이었다.
서울미래지식평생교육원 14주년 기념식은 그렇게,
‘무엇을 배웠는가’를 묻기보다
‘어떤 사람이 되어 가고 있는가’를 되돌아보게 한 시간으로 남았다.
그리고 많은 이들이 이날, 마음속으로 조용히 되뇌었을 것이다.
내가 서 있는 이 자리가, 누군가에게 괜찮아라고 말해줄 수 있는 자리이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