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 80주년을 맞아 허위 선생의 손자 허 블라디슬라브 씨를 만나 왕산로를 걸으며 선생의 독립정신을 되새긴 이필형 동대문구청장.


동대문구청 구청장실에는 태극기가 조용히 펄럭였다. 광복 80주년을 맞아 열린 기념행사에서, 이필형 동대문구청장은 특별한 손님을 맞이했다. 구한말 항일 의병장이자 13도 창의군 서울 진공 작전의 총지휘관이었던 허위(許蔿) 선생의 손자, 허 블라디슬라브 씨였다.

짧은 환담을 마친 후, 참석자들은 함께 구청 인근의 왕산로로 발걸음을 옮겼다. 이 길은 허위 선생의 호인 ‘왕산(旺山)’에서 따온 이름으로, 서울 도로명 중 유일하게 구한말 의병장의 이름을 붙인 도로다. 뜨거운 여름 햇볕 아래, 도로 표지판을 바라보는 순간, 한 세기를 넘어 이어져 온 독립정신이 현재의 시간 속에 되살아나는 듯했다.

“할아버지의 뜻을 이렇게 기려주셔서 감사하다.”
허 씨의 목소리는 짧았지만 묵직했다. 먼 타국에서 이어진 후손의 삶과 고향 조국의 기억이 그 속에 겹쳐져 있었다.

이필형 구청장은 “왕산 선생의 후손을 직접 모실 수 있어 매우 뜻깊고 영광스럽습니다. 선열들의 고귀한 희생 덕분에 오늘의 자유와 번영이 가능함을 잊지 않고, 독립정신 계승에 더욱 힘쓰겠습니다”라고 다짐했다.

짧은 행사였지만 현장은 묵직한 울림으로 가득했다. 1907년 의병들의 서울 진공 작전의 발자취가, 이날 왕산로 위를 걷는 이들의 걸음 속에서 다시 이어지는 듯했다. 광복 80주년을 맞은 태극기는 그렇게 하늘 높이 휘날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