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서울 소임을 보러다니는데 주로 대중교통인 열차를 이용한다.
예매를 할 때도 가끔 있지만 성격상 먼저 출발하는 차가 있으면 입석이라도 타곤 한다. 열차타고 서울에서 두번 지하철 환승하고 그러다보면 하루 여덟 번 각기 다른 차량에 몸을 맡긴다.
더러는 바깥 풍경에 눈을 두기도한다. 계절의 변화를 알 수 있다. 불어오는 남풍에 새 잎은 녹음으로 출렁이는 오색 등에 아직은 시원한 계절이다. 열차나 지하철 내의 사람들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뱀꼬리만큼 긴 열차 안에 수백 명의 사람들이 있다. 출발지도 목적지도 다 다르다. 묻고 따지는 법도 없이 자기자리를 잘도 찾아 앉는다. 이 안에서 어떤 이는 스마트폰을, 어떤이는 무심히 책장을 넘기기도 하고, 어떤이는 노트북을 펼치고 열심히 자판을 두드린다. 여기에는 어르신부터 갓난애기까지 세상의 다양한 직업을 가진 모두가 함께 숨을 쉬며 동행한다. 약속되진 않았지만 우연히 각자의 목적지를 향해 한 배를 탄 것일뿐이다.
울어대는 아기에게 엄마는 젖을 먹여 생명이 숨 쉬게 하고, 어떤이는 중병으로 생명이 오가는 갈림길의 치료를 받고 가면서 고민이 가득 찬 얼굴로, 어떤 이는 바쁜 점심 저녁 끼니를 급하게 떼우기도 하고, 어떤 이는 늘어지게 코를 골며 잠을 청하기도 한다. 살펴보면 참 재밌다.
목적지를 향해가는 목표들이 얼굴생김새 만큼이나 다들 다르다. 그러나 아무도 지금 이 안에서는 불만이 없다. 시비도 없다. 그냥 깔끔하게 오고갈뿐이다. 더 신기한 건 목적지 도착했을땐 더이상 내 좌석엔 미련이 없다는 것이다.
그 다음 역서 또 다른 이가 금세 비운 자리를 채운다. 내릴 땐 앉았던 흔적 없이 쓰레기까지 깔끔하게 정리하고 간다.
문득 아~ 이게 사바세계의 삶이구나 싶다. 잠시 머물다 가는 것, 떠날때는 내 난자리가 지저분하지 않게 가는 것, 좌석에 미련을 갖지 않듯 잠시 살고 가는 인생에 명예나 권력의 자리를 이용하는 법을 배운다.
어느 누가 목적지에 내리고도 자신이 탔던 열차에, 또 좌석에 미련을 갖는 바보가 있던가. 뒤돌아보지 않고 가지 않는가.
그래, 원래 내 차 아니었으니 욕심(貪心) 낼 일이 없고, 잠시 빌려 앉았으니 분노(瞋心)할 일이 없고, 목적지 분명 알고 타고 내리니 어리석음(癡心)이 없다. 그래, 원래 다 내것 아니고 잠시 빌려쓰는 것뿐이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며 탐진치(三毒心) 여의는 법을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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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불교닷컴(http://www.bulkyo21.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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